[문정인 칼럼] 문정인 전 노무현재단 전남공동대표, “억울한 수컷, 젠더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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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칼럼] 문정인 전 노무현재단 전남공동대표, “억울한 수컷, 젠더의 갈등”
  • 호남타임즈 기자
  • 승인 2020.08.1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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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전 노무현재단 전남공동대표.
문정인 전 노무현재단 전남공동대표.

지난해 여름 ‘젠더의 감수성’이란 주제의 토론회 진행을 맡은 적이 있다. 그때 질문하나가 명징하게 떠오른다. “사회자님은 페미니스트입니까” 우연찮게 맡은 사회인지라 살짝 당황했었다. “페미니스트 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편”이라고 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여성패럴로 참여했던 분이 성폭력 피해를 겪었다.

‘미투’가 한국 사회를 관통 중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떠난 자리에 슬픈 애도와 섭섭한 분노가 엉킨다. 젠더의 감수성 확장은 잔인하리만큼 엄격하게 진보진영을 초토화 시킨다. 어쩌면 세상은 비릿한 근친상간의 연속일지 모른다. “욕망과 쾌락을 위해서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어느 철학자는 중국과 인도의 사도마조히즘을 소개하기도 했다.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지식인 사회의 본능적 카르텔. 이 위험한 염색체를 제어할 수 있는 지성이 절실하다. 한국 남성들의 이중적 잣대도 문제다. 집안의 여성은 조신하기를 강요하면서 집 밖의 여성은 성녀로 여긴다. 욕망을 긍정하는 사회는 정의롭지 못하다. 젠더에 대한 단단한 연대를 지지하며 다정한 격려를 보낸다.

성적폭력은 상상이상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글픈 현실을 지나치게 조롱하는 일, 없기 바란다. 피해자의 인권과 가해자의 인권이 다르지 않다고 말하면 젠더의 감수성이 떨어진 것일까. 남성들 사이에서 묵시적 합의 같은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N번방을 돌려보면서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몹쓸 관음증 같은 것 말이다.

대가를 지불하고 동영상을 봤다고 강변한다. 성에 대한 자기결정권까지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성관계를 할 때 성폭력인지 성폭행인지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 하냐며 비아냥된다. 조카가 예뻐서 한 번 안을 수도 있다며 당당하게 말한다. ‘미투’에 대한 경계지점이 모호하다는 반론도 제기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수컷들은 여전히 억울한 모양이다. 젠더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지금도 수많은 N번방이 존재하고 각종 단톡방에서 일어나는 성희롱 사건도 심각하다. 노골적이며 잔혹한 포르노 문법은 성적 쾌락을 넘어 성범죄라는 사실이 사회적 상식이 되길 바란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피해자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

그럼으로, 그러하기에 억울한 가해자도 발생하지 않아야 옳다. 명예의 훼손을 극단적 선택으로 옮기는 경우를 차단하기 위해서 그렇다. 명백한 합의인지, 어정쩡한 합의인지 둘만의 비밀이다. N번방 공유자 26만 명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청와대 청원이 들불처럼 일어날 즈음, 마누라 가라사대 혹시 당신도...

<2020년 7월 30일자 11면>

<밝은 지역사회를 열어가는 힘 호남타임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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