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 아우르는 2018국제수묵비엔날레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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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 아우르는 2018국제수묵비엔날레 인기
  • 정소희 기자
  • 승인 2018.10.16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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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전통회화 국제비엔날레에 관람객 몰려
수묵비엔날레, 침체된 전통회화에 활기 불어 넣어
시장, 학교, 광장 등 지역민과 호흡하는 비엔날레로 안착

▲ 2018국제수묵비엔날레
“평면 위주의 작품에서 미디어, VR, 입체, 설치미술 등 다양화, 전통회화의 현대화 호평”


2018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지난 9월 1일 개막 후 호평 속에 순항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15개국 266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목포와 진도 총 6개의 전시관에 312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현대수묵의 재창조와 전통수묵의 재발견을 전면에 내걸고, ‘오늘의 수묵, 어제에 묻고 내일에 답하다’라는 주제에 걸맞게 전통의 수묵이 현대의 옷을 입고 다채로운 표정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지난 40일은 오랜 세월 먼지 속에 덮여 있던 수묵의 정신이 비엔날레라는 집을 통해 비로소 발현된 시간이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사무국에 따르면 10월 9일까지 관람객은 20만3천여 명으로 집계됐다. 국내외 남녀노소 폭넓은 관람객들은 수묵의 참신한 상상력을 접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외국인 단체관람객들은 목포와 진도의 수려한 경관에 한 번 놀라고 그 속에 펼쳐진 수묵의 향연에 또 한 번 탄성을 질렀다. 초‧중‧고 학생들은 2학기 현장체험학습을 대거 신청하여 생생한 미술교육의 진수를 체험할 수 있었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과 가을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으며 지역의 문화생활 수준도 높이고 있다.

수묵이라는 한 가지 테마로 진행되는 행사임에도 전시, 체험, 공연 등 풍성한 볼거리가 마련돼 있어 동시대 대중과 호흡하는 미술축제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숨가쁘게 달려온 지난 40여일, ‘수묵비엔날레’의 주요장면을 모아보았다.

▲ 개막 후 주요 장면

수묵비엔날레를 만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관람객들이 목포와 진도를 찾아왔다. 유치원생에서부터 미술을 공부하는 대학생, 은퇴한 노년의 부부, 아이와 함께 전라도 여행을 온 가족, 외국인 유학생, 아마추어 화가, 국회의원 등 수묵비엔날레의 관람층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이번 수묵비엔날레의 1호 관람객은 일본에서 온 요코 나카가와씨였다. 아마추어 화가인 그녀는 개막일정에 맞춰 한국을 방문했고 목포와 진도를 오가며 수묵비엔날레와 함께 하루를 보냈다.

국제행사답게 한 달 동안 전시관마다 외국인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중국 장시성 대표단, 베트남 단체관광객을 비롯하여 외국인 유학생, 한국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등 방문외국인의 관람층도 다양했고 10월 9일까지 외국인 1만여 명이 다녀갔다. 수묵을 처음 접한 그들의 반응은 문화충격에 가까운 것이었고, 이번 행사가 수묵을 바라보는 서양의 시선을 조명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수묵비엔날레의 ‘전체 관람가’ 면모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체험학습을 온 초‧중‧고 학생 관람객이다. 이미 전남 지역 학교에서만 100개 팀 1만여 명이 사전예약을 마치고 관람 중에 있다.

특히 부채나 머그컵 등에 직접 수묵화를 그려보는 체험과 VR수묵체험은 단체관람객의 단골코스로 인기가 높다. 아이들은 자기만의 수묵화부채, 수묵머그컵, 수묵에코백을 직접 꾸며 가져갈 수 있어 소중한 추억을 얻어가고 있다.

홍익대, 이화여대, 부산대 한국화과 학생들의 단체관람 등 수묵의 미래를 만들어갈 젊은 화가들의 발길도 이어지며 수묵비엔날레의 앞날을 밝게 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젊은 수묵 화가들이 수묵을 세계에 알리고 대중과 함께 소통하고자 만든 특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수묵비엔날레의 숨어있는 보석과도 같은 전시, 바로 ‘수묵-아트월’이다.

서울대, 중앙대, 경희대, 동덕여대, 조선대, 전남대, 목포대 등 22개 전국미술대 수묵전공 학생들이 참가하여 무려 251개의 그림을 모아 완성한 작품이다. 이번 수묵비엔날레는 수묵의 미래를 짊어질 미술학도들에게 선배들과 대가들의 작품을 한 데 모아 볼 수 있는 필수 견학코스라 할 만하다.

추석연휴에 대구에서 온 한 미술 애호가는 수묵의 다양성에 감탄하고 국내 최대의 수묵전시회라고 칭하면서 “많은 사람이 알 수 있도록 대구에서도 비엔날레 홍보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현대수묵의 역사에서 이정표라 할 만한 이번 행사에 이처럼 관람객들의 호평이 이어지며 수묵비엔날레는 대중 속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

한편 9월 8일에는 전남도지사 시절 국제수묵비엔날레를 기획했던 이낙연 국무총리가 목포문화예술회관과 진도 운림산방 전시관을 관람하고 목포 수묵 체험관에서‘국제수묵비엔날레 남도 藝魂(예혼)을 깨우다’라는 글을 남겼다. 9월 7일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주민, 김태년, 윤호중 국회의원 등이 목포문화예술회관의 작품들을 꼼꼼히 둘러봤다. 이외에도 박지원, 윤소하, 손혜원 국회의원이 방문하여 큰 관심을 보였다.

▲ 대중과 함께하는 공연 및 퍼포먼스

예향남도의 위상 재정립이라는 큰 프로젝트 속에서 추진되는 수묵비엔날레는 미술인들을 위한 미술인들만의 행사로 머물지 않기 위해 개막 전부터 대중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5월부터 목포와 진도의 초‧중학교에서 ‘수묵놀이교실’을 열어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 작품들을 모아 비엔날레1관의 수묵체험장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구 갓바위미술관 체험장에는 어린 아이들의 거리낌없는 붓길이 만든 특별한 작품들이 체험장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어 장관을 이룬다.

또 지난 8월 목포 자유시장에서는 지역의 수묵작가 20명이 참여해 국화, 매화 등 20점을 그린 앞치마 1천 점과 장바구니용 에코백 5백 점을 남진야시장을 찾아온 시민과 관광객에게 배부하고 수묵비엔날레를 홍보하기도 했다. 지역 미술인, 시장상인, 시민, 관광객이 함께하여 재래시장을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사건’이었다. 가장 전시장답지 않은 곳에서 깜짝 미술제를 열면서 수묵의 정신이 역사책 속에나 존재하거나 화가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당당하게 선언한 셈이다.

추석연휴에는 수묵을 소재로 한 다양한 공연과 민속행사도 펼쳐져 귀성객과 관광객들은 예향의 고장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목포평화광장 등에서 수묵을 소재로 한 퍼포먼스, 판소리, 퓨전국악 공연이 이틀 간 펼쳐졌고, 진도 운림산방에서도 남도민요, 대금 연주 등 민속공연이 열렸다. 올 가을 전남을 찾은 귀성객과 관광객들은 수묵비엔날레가 있어 추석연휴의 즐거움을 더할 수 있었다.

▲ 남은 기간 더 많은 사람이 수묵의 진수를 맛보길
수묵비엔날레사무국은 가을철 관광객과 본격적인 현장체험학습이 시작되는 초중학생 등을 대상으로 남은 기간 동안 더 많은 사람들이 수묵의 진수를 맛볼 수 있도록 홍보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수묵비엔날레는 전라남도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남도문예르네상스의 선도사업으로서 지난 40여일 동안 전남의 문화적 저력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2018년은 수묵이 다시 태어나고 남도문예가 또 한 번 꽃피우기 시작한 해라 평가할 만하다.

한 달 전 개막을 앞두고 첫 대회의 부담감과 설렘을 함께 느낀다고 말했던 김상철 수묵비엔날레 총감독은 이제 이렇게 말한다.
“이번 비엔날레가 개최됨으로써 앞으로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수묵의 세계가 펼쳐질 것입니다. ‘오늘의 수묵’이 어떤 내일을 맞게 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우리는 이번 행사를 통해 질문을 던졌고 이제 그 답을 찾게 될 것입니다.”

목포 자유시장에서 떡볶이를 파는 한 아주머니는 추석연휴에 가족과 함께 전시관을 둘러보고 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참 좋습디다.” 짧은 이 한 마디 말에 가보지 않고는 말할 수 없는 그 답의 실마리가 들어 있다. 수묵이라는 단일주제로 묵직한 울림을 던지며 대한민국 가을을 수놓은 ‘2018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10월 31일까지 목포와 진도에서 계속된다.

/정소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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