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식 <전남서부보훈지청 보상과> “무더위에 감사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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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식 <전남서부보훈지청 보상과> “무더위에 감사하는 방법”
  • 호남타임즈
  • 승인 2018.07.2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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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식.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 2주가 넘게 지난듯하다. 해마다 반복되는 7월의 짜증나는 무더운 여름이지만, 올해는 마냥 짜증만 내서는 안 될 것 같다. 보훈처에 오고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기념일들을 많이 알게 된다. 폭염의 한 가운데에 있는 7월의 넷째주 금요일도 마찬가지다. 7월 27일, 3년 1개월 동안 지속되었던 6.25전쟁의 종지부를 찍은 정전 협정의 날임과 동시에, 2013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제정된 ‘유엔군 참전의 날’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전쟁 발발 당시 남한과 북한의 전력차이는 명백했다. 남한은 전쟁과 관련된 물자가 턱없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전쟁에 거의 무방비 상태나 다름이 없었다. 그 전력 그대로 전쟁이 지속되었다면 역사는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많이 다른 방향으로 펼쳐졌을 것이고, 그 다른 역사 안에 오늘의 대한민국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유엔군 참전의 날이 정전협정이 있었던 7월 27일로 제정된 것은, 유엔군이 있었기에 6.25전쟁의 막이 내릴 수 있었음을 다시한번 우리에게 상기시켜주는, 의미있고 뜻깊은 일이다. 또한 이 한여름의 무더운 날씨에 짜증의 감정을 조금은 밀어내고 감사해야 할 자리를 만들어 주었으니 그 날짜가 어쩌면 더 뜻깊을지 모른다. 실제로 유엔군의 첫 파병이었던 미군의 스미스 특수부대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7월 초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지금 우리가 맞는 한여름의 더위를 그들은 머나먼 타국에서 전쟁 가운데 맞고 있었다.

1953년 7월 27일 유엔군의 총사령관 클라크,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가 판문점에 모여 정전협정식을 체결하기까지, 일본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 스미스 특수부대의 파병을 시작으로 영국, 호주, 네덜란드, 캐나다, 뉴질랜드, 프랑스, 필리핀, 터키, 태국, 그리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벨기에, 룩셈부르크,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등 16개의 나라가 전투병력을 보내왔고, 인도, 노르웨이 등을 비롯한 6개의 국가가 의료지원을 해왔다. 언어는 물론이고 이름조차 생소했을 아시아의 작은 나라를 위해 약 195만 명의 장병들이 참전했고 그중 3만 8천여 명이 목숨을 바쳤으며 10만여 명이 부상을 입었고 1만여 명이 실종되거나 포로로 잡혔다. 6.25 전쟁은 역대 전쟁 중, 단 하나의 국가를 위해 가장 많은 국가가 병력과 물자를 지원한 전쟁이다. 앞서 언급한 전투병력을 지원한 16개국과 6개의 의료지원국 외에도 물자를 지원한 40여개의 국가들이 있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평화에 대해, 우리 국군장병들은 물론 미군을 비롯한 유엔군 참전용사들을 빼놓고는 그 어떤 것도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6.25 전쟁이 끝나기까지, 아니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감사해야 할, 이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은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우리는 때때로 그 사실을 잊고 살아간다. 그동안 7월 27일 정전협정의 날과 유엔군 참전의 날은 다른 국가기념일에 비해 국민적 관심을 받지 못했다. 어쩌면 무더위의 한가운데 있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27일 이번주 금요일에는 이 지독한 무더위가 절정을 찍을 예정이라고 한다. 그날도 우리가 높은 불쾌지수를 가지고 하루를 시작할 것은 이미 정해진 사실이나 다름없다. 지독한 무더위가 우리 몸을 괴롭힌다면 마음이라도 변화를 일으켜 보는 것은 어떨까. 유엔군 참전용사와 정전협정을 이루기까지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을 기억하고 감사할 수 있다면 준비는 충분하다. 그리하여 2018년 7월 27일은 무더위에 잊히는 날이 아니라 감사의 마음이 무더위를 밀어낼 수 있는 날이 되기를, 그리고 우리의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한다.

<밝은 지역사회를 열어가는 목포타임즈/호남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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