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동화와 함께 하는 인성교육 <옛이야기 톡톡-7> “진짜배기 최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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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와 함께 하는 인성교육 <옛이야기 톡톡-7> “진짜배기 최장사”
  • 호남타임즈
  • 승인 2017.07.2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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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영 팔마초 교장<동화작가>

옛날 어느 마을에 최씨 성을 가진 사람이 처가살이를 왔습니다.
옛날에는 힘든 농사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머슴을 들이거나 딸만 있는 집안에서는 힘이 센 사위를 얻어 처가살이를 하도록 하였습니다.
최씨는 매우 부지런하였습니다. 몸을 아끼지 않고 논밭일을 열심히 하였습니다. 처가 식구들은 사위를 잘 얻었다고 모두 입을 모아 칭찬을 하였습니다.
이 삼년이 지나 맏이로 아들을 보았습니다. 아들은 자랄 때부터 남다르게 튼튼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아들을 보고 힘센 장사가 되겠다고 말하였습니다.
다섯 살 때였습니다. 아들은 덕석을 번쩍 들어 올렸습니다.
“오매! 저 어린 녀석 좀 보소. 덕석을 들어 올리네.”하고 마을사람들이 수군거렸습니다.
열 살 때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땔감으로 쓸 소나무가지 다발을 쌓아올렸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솔가지 다발이 무거워서 어깨 위에 떠메어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 쌓았습니다. 최씨의 아들이 이 광경을 보고 말했습니다.
“힘들게 사다리로 올라가지 마세요. 제가 쌓아볼게요.” 아들은 소나무 다발을 두 손으로 잡고 휙 휙 던져 올렸습니다. 순식간에 나무더미를 쌓았습니다.
“와아! 진짜 장사 났네!”마을 사람들은 입이 떠억 벌어지도록 감탄을 하였습니다.
그 후 마을 사람들은 최씨 아들을 최장사라고 불렀습니다.
최장사는 열 여섯살 때부터는 인근의 씨름대회에 나가서 일등을 하여 송아지를 타 가지고 왔습니다. 워낙 기골이 장대하고 힘이 세어서 사람들이 접근하는 것조차 두려워하였습니다.
한번은 이 마을의 양한림이란 학사가 최장사를 시험해 보았습니다.
학사는 최장사가 소에게 풀을 먹이고 있는 들로 갔습니다.
“이 동네에 힘센 젊은 장사가 있다는데 못 보았소?” 최장사는“잘 모르겠습니다.”하고 시치미를 떼었습니다.
“모처럼 좋은 구경을 해 볼까 했는데…….”학사는 몹시 서운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리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바로 눈앞에서 소 한 마리가 공중에 떠서 빙빙 돌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최장사가 소의 코뚜레에 끈을 단단히 묶고 소의 끈을 천천히 돌리다가 더욱 빠르게 돌리니 소의 몸이 공중에 붕 떠서 돌았습니다. 최장사는 소를 열두 바퀴나 돌리고 내려놓았습니다.
양한림 학사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속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예사로운 놈이 아니구나. 뭔가 할 수 있는 놈이다.’ 양한림 학사는 최장사에게 서른 냥이나 되는 큰돈을 주었습니다.
“자네는 큰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네. 그 힘을 좋은 일에 쓰도록 하게.”하고 말하며 최장사의 손을 덥석 잡았습니다.
그 후 최장사는 아무데나 힘을 쓰지 않았습니다. 옳지 못하고 경위에 어긋나는 일을 보았을 때만 힘을 쓰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최장사가 장가를 들고 서른 살이 되었을 때입니다.
이 마을에 박영감이라는 알부자가 있었습니다. 이 영감은 땅이 많았습니다. 영감의 땅을 밟지 않고는 한 걸음도 걸을 수 없었습니다.
마을사람들은 박영감의 논물대기가 끝나야만 논에 물을 댈 수 있었습니다. 박영감의 논보다 아래쪽에 논을 가진 사람들은 애가 탔습니다.
논바닥이 바작바작 말라가도 박영감의 논물대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어느 날, 아랫배미에서 농사를 짓던 사람이 박씨 영감의 허락도 받지 않고 박씨 영감 논의 물꼬를 몰래 터서 논에 물을 대었습니다.
이 사실을 안 박씨 영감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런 죽일 놈이 있나? 나한테 허락도 받지 않고 물꼬를 터?” 아랫논 주인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습니다.
“어르신,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논이 하도 말라서 그만…….”아랫논 주인은 손을 싹싹 비벼가며 용서를 구했습니다. 그러나 박영감은 막무가내였습니다. 삿대질을 하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습니다. 물꼬도 사정없이 막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아랫논 주인은 마른 논바닥에 주저앉아 퍽퍽 울었습니다.
이를 본 최장사는 불끈 화가 났습니다. 박영감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영감님! 영감님이 아무리 재산이 많다고 이래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도 다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영감님만 잘 살면 뭐합니까? 함께 잘 살아야지요. 제발 없이 산다고 업신여기지 마세요. 우리 모두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을 넘기고 태어난 귀한 목숨입니다.”하고 말하였습니다.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놈 봐라! 감히 누구 앞이라고 큰소리냐?”
“어르신, 이제 사실 날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제발 남들에게 베풀고 인심도 쓰며 사십시오.”박영감은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하며 펄쩍 뛰었습니다.
“이놈, 이 근방에서 내 덕 안 본 놈 있으면 나와 봐라고 해라. 내 비위를 건드리는 놈은 가만 안 두겠어.”하고 말하였습니다.
최장사는 박노인을 들어다 무논의 수렁창에다 엎어놓았습니다. 두 손을 등 뒤로 모은 다음 옆에 있는 호미를 들었습니다. 호미의 나무자루를 빼내었습니다. 쇠를 엿가락처럼 늘어 당겼습니다. 늘어진 쇠로 박영감의 손목을 묶었습니다.
박영감은 수렁 속에서 버둥거렸습니다. 더러운 흙탕물을 마셨습니다.
한참 지켜보던 최장사가 박영감에게 다가갔습니다.
“영감님, 제가 너무 심한 짓을 했습니다. 하지만 약속을 해주십시오. 이제 영감님도 내일 모레면 저 세상으로 가실 것인데 죽기 전에 못 먹고 헐벗은 사람들을 위해 인정을 베풀어 주십시오.”박영감은 속으로 분해서 이를 꽉 물었습니다.
그래도 우선 살고 보자는 생각에“내가 너무 심하게 했다면 미안하네. 앞으로 나도 동네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하며 살겠네.”하고 말했습니다.
최장사는 박영감의 결박을 풀었습니다. 우물로 모시고 가서 깨끗이 씻어주었습니다.
“영감님,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심한 짓을 했습니다.”하고 거듭 사과하였습니다. 박영감은 늙은 자신이 몹시 부끄럽고 추하다고 생각하며 크게 뉘우쳤습니다.
그 후 박영감은 따뜻한 부자영감으로 소문이 나게 변했으며 마을사람들에게 인정을 베풀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최장사는 그 후에도 남을 위한 의로운 일에 힘을 쓰는 진짜배기 장사가 되었습니다.
(참고 도서 : 『광주의 설화』, 광주민속박물관 발간)

□ 생각 톡톡

톡1. 최장사가 아무데나 힘을 쓰지 않고 옳지 못하고 경위에 어긋나는 일에만 힘을 쓰려고 노력하게 된 것은 어떤 일이 생기고부터인지 이야기해 봅시다.
톡2. 최장사는 박영감에게 ‘함께 잘 살아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왜 세상 사람들이 함께 잘 살아야 되는지에 대해서 여러분의 생각을 근거를 들어 토론해 봅시다.
톡3. 토론한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는 함께 잘 살아야 된다.’는 주제로 글을 써 봅시다.

<목포타임즈신문 2017년 7월 20일자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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